삼국지3권 리뷰

삼국지3권 리뷰

조조가 관도에서 원소를 꺾은 뒤 하북의 대세는 하루아침에 기울었다. 삼국지 3권은 그 패배가 남긴 잿더미를 밟으며 북쪽의 균열을 메우려는 조조의 공세, 형주에서 꿈틀대는 유비의 부활, 그리고 한강 이남을 지키는 손권의 결단이 거대한 소용돌이로 얽히는 과정을 숨 가쁘게 전개한다. 유성처럼 떨어진 영웅들의 궤적은 드디어 삼국을 향해 또렷한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관도 전투가 끝나자 원소는 병사들의 피 묻은 갑옷을 벗길 힘도 없이 병석에 눕는다. 패잔병들이 정주와 기주 일대로 흩어지며 약탈을 자행했고, 장남 원담과 차남 원희는 서로를 탓하며 유산 분할을 두고 칼끝을 겨눈다. 하북은 눈처럼 흩날리는 패기에 덮여 버렸고, 조조는 이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순욱·곽가·정욱에게 속전속결을 지시하며 “뿌리를 태우기 전에 잔가지를 정리해선 안 된다”는 말을 남긴다. 허저가 선봉이 되어 전국을 북상하고, 장료와 장패가 좌우에서 협공해 원담의 연주를 포위한다. 원담은 결사항전을 외쳤지만 내부 분열이 심화되어 성문은 쉽게 열렸다. 이어서 조조는 오소 창고에서 압수한 군량을 이용해 원희 세력까지 눌러버린다. 두 형제가 서로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조조는 그 사이를 낚아채듯 별동대를 파견해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늑대처럼 추격했다. 결국 원소의 세 아들 모두 흩어져 요동 방면으로 달아났고, 하북 사족은 기울어진 저울처럼 급히 조조에게 무릎을 꿇었다. 북중국의 대지에는 관우가 서주에서 보았던 스산한 가을 바람이 다시 불어와, 전장을 뒤덮은 비명과 함께 삭풍의 먼지를 몰았다. 이로써 조조는 황제를 등에 업은 채 실질적 천하통일의 절반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남쪽은 아직 조조의 발아래로 들어오지 않았다. 형주 자사 유표는 물산이 풍부한 장강 유역을 기반으로, 조조와 원소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양쪽의 압박을 교묘히 피했다. 그의 집정은 온건했지만 우유부단했고, 신하들은 형주가 전란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바로 이때 유비가 두 갈래 길 끝에 서 있었다. 관도 전투 직후 패잔병과 백성을 규합하던 그는 장판 언덕에 초라한 진지를 꾸려 근근이 버티고 있었지만, 한 가지 희망을 되새기고 있었다. 제갈량이라는 이름이 소문처럼 달빛에 비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유비는 미축과 손건의 권유로 제갈량을 찾아 세 번이나 남양의 초려를 두드린다. 첫 번째 방문은 구름 낀 겨울 아침이었다. 시골길에는 얼음이 남아 있었고, 장비는 추위에 떨며 “이 목동 하나 만나자고 세 번씩이나 오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투덜댔다. 그러나 유비는 말안장을 베개 삼아 문 앞에서 밤을 새워가며 기다렸다. 세 번째로 찾아간 날, 훈풍이 개울가 버들가지를 간질였다. 초가집 안쪽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제갈량은 흰 비단 옷자락을 펄럭이며 마루에 나타났다. 그 조용한 첫 인사 순간에 유비는 “이 사람이야말로 천하를 떠맡길 책략의 주인”이라 확신한다. 제갈량은 장강과 황하의 물결을 논하고, 위·촉·오 삼분지계를 펼쳐 보여 주었다. 헌제의 황명은 이미 껍데기요, 민심은 불붙을 화톳불이며, 조조의 철기와 손권의 수군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촉 땅 익주만이 유비의 새 둥지가 될 것이라는 장대한 그림이었다. 대청마루에 얹힌 다낭피리가 바람에 울릴 때 삼고초려의 맹약이 체결되었다. 관우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여 선참후겸을 다짐했고, 장비는 술잔을 들어 “촉을 얻기 전까지 사슴 한 마리도 잡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렇게 하늘에서 승낙이라도 떨어진 듯, 유비 세력은 의지와 비전을 얻어 형주 땅에서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형주에는 라이벌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유표의 차남 유기와 조카 형양태수 채모다. 채모는 군권을 틀어쥔 채 아버지 뻘인 유기를 농락했고, 이에 반발한 민심은 유비 쪽으로 기울었다. 제갈량은 첫 전략으로 ‘신야 수복’을 제시한다. 그는 신야성이 형주 북방 방패라 판단하고, 조운에게 오백 기병을 주어 기습하게 한다. 조운은 창을 겨드랑이에 끼고 창문을 뛰어넘어 성문을 열었고, 미축과 관우가 군사를 몰아 들어가 단숨에 신야를 평정했다. 유비는 이 승리를 유표에게 헌상하며 충심을 표했다. 겉으로는 유표를 따르되, 동시에 신야를 근거지로 삼아 독자적 정치 무대를 확보한 것이다. 유표는 유비의 커지는 영향력에 불안했지만 병약한 자신이 직접 조조와 맞붙을 배짱이 없었으므로, 명분상 즉각 견제하지 못했다. 그사이 장강 남안의 마을마다 유비의 푸른 깃발이 늘어났다. 백성들은 무능한 채모 대신 유비의 휘하로 몰려왔고, 신야는 물길과 벼 이삭으로 풍요로워졌다.

이 소식이 북중국의 허창을 자극한다. 조조는 하북 평정 후 황제에게 하진 조사를 올리는 대규모 사액식을 거행하며 스스로를 수도대장군에 봉했다. 그런 그의 귀에 “형주의 유비가 마지막 촉을 노린다”는 첩보가 들린 것이다. 조조는 한숨을 내쉬고, 곽가에게 진단을 묻는다. 곽가는 “때를 놓치면 남쪽 강물이 북천으로 솟구치는 형국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결국 조조는 최대 규모의 수륙양면군을 편성해 장강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허저·우금·장료가 기병과 보병을 호위했고, 조홍이 수군을 끌고 뗏목을 이었다. 장안에서부터 밀려 내려오는 깃발의 행렬에 들판의 갈대가 쓰러지듯 백성들은 강을 건너 피신했다.

유표는 조조군의 기세에 겁을 먹고 항복을 고려했다. 그의 수하 채모와 채부인은 조조와 내통해 형주 항복을 밀어붙인다. 제갈량은 이 내부 균열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유표가 죽기 전에 유기를 세우도록 유도하여, 채씨 일파를 견제하게 했다. 곧 유표는 숙환으로 쓰러지고, 임종 베개 곁에서 “장강의 늙은 학이 강바람에 떨린다”며 눈을 감는다. 유기와 유비, 두 인물이 장례를 치를 때 형주는 이미 조조의 공격로 한복판에 노출되어 있었다. 조조는 초가을 강물을 거슬러 오르며 형주성 남문까지 진출했다. 조홍의 뗏목 수군은 구름처럼 흘러와 삼십 리를 덮었다.

제갈량은 형주가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즉시 깨닫고, 강릉성의 밤하늘 아래 쏟아지는 모닥불 회의에서 결단을 내린다. “백성을 버리지 않고 군을 보존하며 손권과 연합한다.” 손권은 강동을 지키는 태사자와 주유, 노숙, 장흠 등의 세대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는 ‘강동의 호랑이’가 된 부친 손견과 형 손책의 잔영을 이어받아 야망은 컸지만, 조조를 단독으로 상대하기엔 힘이 달렸다. 제갈량은 자신이 직접 강동에 가서 손권을 설득하겠다고 나선다. 유비가 걱정하자 제갈량은 활짝 웃으며 “강동의 바람은 동짓달에도 따뜻하니 염려 마시라”고 말했다.

제갈량이 장강을 건넌 날, 푸른 물결 위로 모래갈매기들이 반원을 그렸다. 오나라의 건업 왕궁에서 손권은 홀로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말로 제갈량을 시험한다. “태호는 거칠고 백룡강은 험난하다. 강동은 천혜의 방벽이니 남에게 의지할 까닭이 없다.” 이에 제갈량은 태연히 부채를 흔들며 답한다. “강은 넓어도 배 한 척 막히면 물길은 좁아지고, 산은 험해도 새 한 마리 날면 길은 열리오. 조공의 철기와 천자명분이 강동을 막을 때, 귀국 백성들의 피가 강물로 변해도 지킬 자신이 있소?” 손권의 얼굴이 굳지만, 그 눈빛 속에 번뜩이는 인정이 스친다. 그날 밤, 주유와 노숙은 각기 다른 믿음으로 제갈량의 연합안을 검토한다. 주유는 조조에 대한 오랜 적의를 불태우며 “창검으로 적을 섬멸하자”고 하고, 노숙은 “명분을 세우자”고 설득했다. 손권이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은 동맹이었다. 그는 새벽녘 군사를 모아 그 유명한 서신 한 장을 발표한다. “조조는 위왕을 칭하려 하고 황제를 농락하였다. 오·촉이 힘을 합쳐 천의를 바로잡겠다.”

이제 역사의 물결은 적벽을 향해 흐른다. 조조는 장강 중류 한겨울 물길을 따라 남하하며, 수군에게 노궤를 맞춰 훈련시켰지만 수륙 혼성군 내부는 풍토병이 창궐했다. 북군 병사들은 물비늘 모기에 시달려 열병으로 쓰러졌고, 습한 기후에 갑옷이 썩어 방패가 부식됐다. 반면 손권·유비 연합군은 강풍 방향, 수위 변동, 모래톱 위치까지 꿰뚫고 있었다. 주유는 두 가지 기둥으로 작전을 짠다. 하나는 불공을 이용한 화공, 다른 하나는 황개의 투항 사자극. 황개는 나이 든 장수답게 “서른 대나무 회초리로 등을 쳐 달라”고 자청해 생피를 흘리며 조조에게 항복을 가장해 배 연결책을 요구했다. 조조는 겨울 강바람이 서북풍으로 바뀌어야 화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꿰뚫어보지 못했고, 연환계에 맞춰 전함을 쇠사슬로 연결했다.

드디어 적벽 밤하늘에 칠흑 같은 먹구름이 몰리자, 남풍이 바람깃발을 뒤로 눕힌다. 제갈량은 강 건너 서포구 언덕에 서서 하얀 부채로 달빛을 가리켰다. 황개가 이끄는 불선단이 산을 태우는 듯한 불카라 멀리서 빛났다. 쇠사슬로 묶인 채 움직이지 못하던 조조의 전함은 도미노처럼 옆 배에 불을 옮겼고, 불길은 마치 붉은 연꽃이 피어나듯 장강 위에서 퍼져 수십 리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밤새도록 갈색 연기와 불꽃이 물결 위에 일렁이자, 조조군은 바다를 뛰어들거나 강변 벼랑에서 추락하며 붉은 잉크처럼 번져가는 패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저와 장료는 조조를 실어 말 위에 올리며 간신히 북쪽 벼랑길로 퇴각했다. 눈보라 같은 잿더미 속에 호위군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 적벽의 화광이 하늘 꼭대기에 닿고, 잿빛 새벽이 올 때까지 연합군의 파선 함성은 끊기지 않았다.

조조가 퇴각하자 제갈량은 곧바로 추격이 아니라 형주 접수에 박차를 가한다. 주유는 강릉성까지 협공하려 했으나 제갈량이 뒤에서 형주의 여러 군현을 순식간에 평정해 버리고, 유기가 항복하는 바람에 강동군과 촉군은 형주를 사이에 두고 갈등에 빠진다. 주유는 분을 삭이지 못해 제갈량에게 “남군성을 빌려 주었다가 돌려받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나, 제갈량은 녹색 수채화 같은 웃음으로 한술 더 떠 “돌려주되 익주를 얻은 뒤가 어떻겠소”라고 되묻는다. 주유는 내부적으로 “계교가 고슴도치처럼 돋았다”고 토로하지만, 결국 손권은 장차 서쪽을 향해 진출하도록 하며 표면적 평화를 택한다.

적벽 전투 이후 남쪽의 지형도는 일거에 바뀌었다. 조조는 장강을 천혜의 방벽으로 인정하고 북쪽 수비를 다지는 데 집중한다. 그는 허창으로 돌아와 병사들에게 휴양을 명하며 장강 이남 세력에 대한 공세는 추후로 미룬다. 그 사이 원소의 막내 아들 원상과 유연이 요동에서 궐기하였으나, 관구검과 장료에게 각개격파당한다. 이 승리로 인해 조조는 요동까지 위세를 펼치며 ‘위왕’ 책봉을 받아 스스로를 한실 대신 천자가 되고자 하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형주를 장악한 유비는 이제 익주로 눈길을 돌린다. 익주는 풍부한 쌀과 목재,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동쪽에서 공격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중의 장로가 자주 침입해 주민들을 괴롭혔고, 익주목 유장은 변변한 장수 없이 내정에도 느슨했다. 제갈량은 장비와 조운을 양장로와 현도 방면에 보내 시위를 벌이면서, 자신은 동오와 형식적 휴전을 유지한다. 그러는 사이 법정과 미축이 익주 내통책을 운영해 향리들의 불만과 한중의 위협을 부각시킨다.

3권의 말미에서 유비는 정규군과 농민군을 합친 무리를 거느리고 검문·촉문 계곡길을 넘어 들어간다. 장비는 뇌성 같은 함성으로 성문을 열어젖히고, 조운은 영창에서 부녀와 아이들을 보호하며 “백성이 먼저다”라는 유언을 실천한다. 법정은 유장 앞에서 “유현덕이 아니면 촉은 백 년 안정되지 못한다”고 설득하고, 마침내 유장은 가신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옥새를 내어준다. 그 순간 유비는 출세 내내 갈구해 온 기반을 손에 넣는다. 촉군의 북문에 푸른 깃발이 나부낄 때, 유비의 눈에 들뜬 환희보다는 엄중한 책임이 어린다.

손권은 강동에서 이를 지켜본다. 그는 주유가 죽음에 이르자 노숙·여몽·육손을 앞세워 군제 개혁에 나선다. 여몽은 무인의 골격 안에 학자의 머리를 품었고, 육손은 강남 유학을 두루 거친 지략가였다. 손권은 그들에게 “오와 촉이 서로 등을 맞대면 아무도 우리를 꺾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그 말 뒤에는 유비가 언젠가 강동을 침범할 위험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긴장이 서려 있었다.

삼국지 3권은 이렇게 장강의 물결과 하북의 먼지가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막을 내린다. 조조가 북쪽 대륙을 움켜쥐며 위의 기틀을 놓고, 유비가 서남의 산악을 품어 촉의 백년지를 꿈꾸며, 손권이 동남의 강을 끼고 오의 푸른 갑옷을 다듬는다. 불길은 잠시 사그라지지만, 칼날의 번쩍임은 더욱 날카롭게 빛난다. 천하는 갈라졌고, 세 왕조의 씨앗은 이제 각각의 땅에 뿌리를 내린다. 밤하늘에는 아직도 전란의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며 영웅들의 그림자를 비춘다. 그러나 그 불빛 속에서 백성들은 조용히 논밭을 일구고 새 아침을 기다린다. 전쟁과 역사의 흐름이 아무리 거칠어도, 민초의 숨결이야말로 삼국을 진정으로 이어 주는 피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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