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2권 리뷰

삼국지2권 리뷰

동탁이 장안에서 불타는 최후를 맞은 뒤 천하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으나, 동탁의 시체가 식기도 전에 다시 혈풍이 일었다. 삼국지 2권은 이 혼란의 여진 위에서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리고, 여포의 몰락과 조조의 중앙 평정, 그리고 유비가 떠돌며 이상을 다지는 시기까지를 한 호흡으로 보여 준다. 동탁 제거의 공신이라 자처하던 여포는 왕윤에게 등을 돌리고 장안 밖으로 달아났다. 그는 한때 대사마의 직인과 군대를 거머쥐었지만 중앙 귀족들의 경계 속에서 안착할 땅을 찾지 못한다. 결국 그는 서주목 유표와 충돌하고 유표에게 쫓겨 소패·산양 등지를 떠돌다 하비성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소패 현령 진궁이 있었다. 진궁은 원래 낙양에서 조조를 따라다녔으나, 조조가 황실을 앞세워 권세를 넓히는 모습에 회의하여 여포에게 투항한다. 하비성은 양자강 북안의 곡창과 교역로가 만나는 관문이라, 여포는 이를 발판삼아 자신만의 나라를 일으킬 꿈을 키운다.

한편 허창으로 돌아온 조조는 어린 헌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위군 대도독’ 지위를 확정하고, 환관 잔당과 외척을 무자비하게 숙청한다. 조조는 “칼이 날카로워질수록 먼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신흥 귀족과 향촌 사족을 편제해 군현 질서를 재편한다. 그가 명한 둔전제는 곡식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를 농민이 나누는 방식이었지만, 기근으로 떠돌던 난민들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백성들은 조조를 냉혈한으로 경계하면서도, 기근 속에서 굶어 죽느니 조조의 깃발 아래로 모였다. 이때 후일 장수로 이름을 떨치는 허저·장료·우금·전위 등이 속속 합류해 조조군의 기둥을 세운다. 전위는 호랑이 무늬의 전갑을 입고 장창을 휘둘렀는데, 전장 한복판에서 적진을 가르며 조조의 수레 앞을 뚫는 위풍 때문에 ‘호동검’이라 불렸다.

유비는 동탁 잔당 진압과 공손찬 보좌를 전전하다가 잠시 조조의 허창에 몸을 의탁한다. 조조는 유비를 우대하며 가문을 옮겨 태수가 되라고 권했으나, 유비는 “천도는 의인에게 향하니 소의가 드높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선다. 결국 조조는 유비에게 서주를 다스리던 차가운 바람을 맡겨 시험한다. 바로 그때, 서주에서는 도겸이 병상에 눕는다. 도겸은 유비를 진심으로 신뢰하며, 침상에서 그의 손을 잡고 “백성들은 그대를 아버지처럼 따를 것이니 부디 지켜 달라”고 부탁한다. 도겸이 숨을 거두자 서주의 백성과 향리는 유비를 자사로 추대하고, 유비는 장비에게 하비성 관직을 맡겨 내정을 정비케 한다. 관우 역시 하동과 초군을 오가며 상업세를 단속해 군량을 마련한다. 삼형제는 생애 처음으로 ‘작지만 온전한 땅’을 가진 셈이었다.

그러나 여포가 그 꿈을 가만두지 않았다. 진궁의 계책에 따라 여포는 서주의 북문을 노려 기습했다. 관우가 원군을 이끌고 올 때까지 장비는 성을 지키려 애썼지만, 여포는 팔문금쇄진이라는 기묘한 포진으로 장비의 기세를 꺾었다. 하비성 안팎에서 격전이 이어지는 동안, 유비는 군민 보호 차원에서 성문 밖으로 나가 여포와 담판을 시도한다. 여포는 창날 끝에 깃발을 달아 놓고 “한 자만 물러서면 칼을 거두겠다”고 협박했고, 민심이 흔들려 유비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성을 내준다. 그날 밤 장비는 술에 취해 통곡했고, 관우는 입술을 깨물며 청룡언월도에 피가 배일 정도로 칼날을 갈았다. 유비는 백성들과 함께 초옥에 몸을 누이며 “내 몸의 옷 한 벌 다 떨어져도 다시 일어날 뿌리가 있으니 좌절 말라”고 독려했지만, 실은 가슴 깊은 곳에서 자괴가 피멍처럼 번졌다.

서주를 잃은 유비 일행은 허창으로 돌아가자니 군량도 없고, 여포를 협공하자니 병력이 모자랐다. 이때 초나라인 유표가 형주에서 병사를 빌려 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유비는 북쪽의 원소와 남쪽의 조조 사이에서 형주를 완충지로 삼을 복안을 세웠다. 그러나 조조는 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우금에게 명해 서주로 진격하게 한다. 우금은 강인한 돌격으로 이름난 장수여서, 서주의 농성을 단 사흘 만에 휘저어 하비성을 압박한다. 여포는 조조군의 수공을 허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진궁·장패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근 초지를 불태워 군량을 확보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여포 군 내부의 의욕은 급속도로 사라졌고, 그의 장수 고순과 장사도 “영웅 한 끼 식사를 못 마련하니 군심이 흩어진다”고 불평했다.

조조는 마침내 전군을 이끌고 서주를 포위한다. 그는 세 갈래 포진으로 하비성을 옭아매고, 성 외곽에 수차를 돌려 하비성을 ‘물의 성’으로 바꿔 버린다. 여포는 성벽 위에서 관우·장패와 함께 철갑에 빗줄기를 흩뿌리며 화살로 맞섬에도,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전의를 잃는다. 고순은 죽기를 각오하고 남문을 돌파하려다 관우와 단칼에 맞붙고, 결국 낙뢰 같은 일격에 계곡으로 떨어진다. 진궁은 신뢰하던 정군사 허림에게 반역을 의심받아 포박되고, 여포는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망루에 묶여 칼을 빼앗긴다. 그때 장비가 “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의를 저버리더니, 이제는 누가 그대를 구할 건가!”라며 분노했고, 여포는 “서로 돕자”는 굴욕 어린 청을 한다. 결국 그는 묶인 채로 조조의 막사로 끌려가고, 마지막까지 “나를 장수로 삼아주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호소하지만, 조조는 “호랑이를 길들여야 호랑이가 아닌 것을”이라며 목을 치게 한다. 여포의 머리가 창끝에 매달려 성벽 위에 흔들렸다. 비바람 속에서 깃털처럼 가벼워진 그 머리를 바라보며, 유비는 떠나간 영웅의 허망함을 씹어 삼켰다.

여포가 사라지자 서주는 조조 손에 들어가고, 유비는 다시 의탁할 곳을 찾아야 했다. 조조는 “우리가 한솥밥을 먹은 지 오래된 사이”라며 유비에게 편안히 머물라 권했으나, 순욱·곽가 등 책사들은 유비가 후일 화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조는 마음속에 의심을 품었고, 이는 곧 행동으로 드러난다. 어느 날 연회 자리에서 조조가 “모두 창을 들어 무도를 뽐내라” 하자, 장비가 술기운에 장팔사모로 기둥을 날려 버렸다. 이를 본 조조 군 장수들이 칼을 빼려고 하자 관우가 맨손으로 창날을 잡고 “연습일 뿐이니 오해말라”고 중재했다. 하지만 조조는 이미 유비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유비의 수하들은 허창 변두리의 작은 마을로 흩어져 살게 된다.

이때 원소와 조조 간의 대결 구도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원소는 하북 사족들을 규합해 대규모 군세를 이루고, 공손찬을 격파해 북쪽을 평정한다. 그는 한때 연합군의 수장이었고 가문이 오래된 명문인지라 스스로를 황제의 적자라 칭했다. 반면 조조는 헌제를 거느리고 있지만, 신흥 세력이라는 열등감을 품었다. 양쪽은 기주·형주 국경에서 잇달아 소규모 접전을 벌이며 세력을 겨룬다. 조조는 “군량이 공성보다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곽가에게 병참선을 설계하게 한다. 전위·허저 같은 호위는 최전방이 아닌 후방 군량 수송로를 지킨다. 반격을 위해 원소는 흑산적 출신 장수 관구검을 보내 기습했으나, 허저에게 일합 만에 말을 베이고 만다. 이 승리로 조조는 기세를 올리고, 반면 원소 진영은 교만이 붕괴하는 균열을 숨기지 못했다.

유비는 조조에게서 탈출하고자 장비와 관우를 불러 은밀히 상의한다. 관우는 일곱 번 고개를 끄덕이며 “때가 오면 길이 열릴 것”이라 응했고, 장비는 “언제라도 창끝으로 길을 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유비는 조용히 말을 달려 허창 남문을 빠져나와 여남·강릉 사이의 소읍을 돌며 농민병을 규합하는 길을 택한다. 그는 더 이상 쫓기듯 떠도는 유랑객이 아니라, 백성 앞에 『효의』를 기치로 내건 지도자였다. 투박한 짚신을 신은 청년들, 난봉군에게 가족을 잃은 중년 농부들이 호미 대신 창을 들었다. 그 밤, 들불처럼 퍼지는 횃불 행렬이 점처럼 들판을 밝혔다. 유비는 이들을 ‘의군’이라 이름 붙이고, 갓 스무 살을 넘긴 사령관 미축에게 군량 창고를 맡겼다.

이에 조조는 정예 중의 정예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해 서주 전역을 불살라 병참을 끊어 버리는 가혹한 선택을 한다. 이른바 ‘백성을 버리고 군을 취한다’는 전략이었다. 수많은 양민이 목숨을 잃자, 원소 진영에서는 “조조는 거의 폭군”이라는 선전전을 펼친다. 하지만 동시에 원소 역시 군량을 위해 황하 유역 수만 호를 징발했고, 그곳의 마을 또한 불길에 휩싸였다. 천하는 두 호랑이의 이빨에 찢겨나갔다.

곽가와 정욱은 조조에게 유비 토벌을 제안하며, “유비는 외유내강이니 길게 두면 큰 뿌리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조조는 즉시 장수 장료·이전·순유에게 삼로군을 편성해 여남을 압박한다. 유비군은 신병이 많아 정면대결이 불리했다. 관우는 조조에게 은혜를 입은 신하로서 두 번 마음이 흔들리지만, 결국 의를 택해 창을 들고 진두에 섰다. 장비는 선두에서 돌격하고, 미축이 농성하는 동안 백여 일이 흐른다. 결국 성이 무너지려 할 때 관우는 남문을 열어 주민을 탈출시키고, 유비는 자신이 후퇴조를 이끌어 장비와 함께 강릉 남쪽으로 도주한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백성이 강을 건너지 못해 몰살되며, 장비는 이 광경에 분노해 강 언덕을 지키던 조조군 소수대를 단칼에 썰어 버린다. 조조는 “호랑이 같은 맹장”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끝내 유비를 놓친 것을 한탄했다.

조조와 원소는 드디어 관도에서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는 2권 말미에 자리한 거대한 전조다. 원소는 십만 대군이라 호언했고, 조조는 삼만에 불과했으나 군기와 병참이 치밀했다. 조조는 하여교와 백마 일대를 우회해 원소 선봉을 베어 기선제압을 노린다. 장료·전위·우금이 교대로 돌격해 백마 전투에서 원소 휘하 문추를 참했지만, 관도 본진으로 복귀하던 길에 원소가 대규모 기마대를 풀어 조조의 허를 찌른다. 그때 허저가 맨몸으로 두 다리를 허리 높이만큼 벌려 조조의 전차를 가로막고, 전위가 몸을 던져 조조를 감싼다. 이 틈에 조조는 뒤로 물러서 재정비에 성공한다. 곽가는 원소군의 물류 창고가 오소에 집중된 약점을 포착하고, 야간 기습을 제안한다. 조조는 장료와 서황에게 불화살과 강철 전차를 나눠 주며 “운명이 우리 편이 아니면 우리 스스로 운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2권의 종장에서는 두 겹의 불길이 오소 물류 기지를 뒤덮고, 원소군의 시체가 새벽 이슬에 희뿌옇게 굳어 간다. 원소는 군량 대부분을 잃고 뒤늦게 전선 수습에 나서지만, 이미 사기는 꺾였다. 조조는 관도 성벽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천천히 갑옷을 벗는다.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혼란의 시대를 어떻게 재단할 것인가를 숙고하는 표정이다. 그 아래에서 전위는 말 안장을 베개 삼아 잠들었고, 허저는 창날을 연못에 씻는다. 곽가는 장막을 걷고 “천하의 판도가 여기서 갈라질 것”이라 중얼거렸다.

멀리 남쪽, 강릉 초가집 마루에 앉아 있던 유비는 관도에서 번지는 화광을 보고 침통한 눈길을 보낸다. 관우와 장비는 말없이 칼날을 가는 동안에도, 그 칼끝은 기어이 북쪽을 향했다. 유비는 헌 가죽 부츠를 벗어 손으로 털고, 속으로 다짐한다. “황천의 별이 움직인들 인간의 뜻이 아니면 빛나지 못한다. 내 날개가 부러져도 또 자라나리라.” 그리하여 2권은 여포의 몰락과 조조·원소의 일대 결전, 그리고 유비 의군의 새 기점이 교차하며 막을 내린다. 피비린내 속에서도 의와 야망, 백성의 생존이 저마다 다른 언어로 울리고, 독자는 다음 책장을 넘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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